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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인터뷰 - 석인수 푸른나무 나이테 진로적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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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3-23 10:02 조회4,6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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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이춘호기자(2015-03-20)
 
 
“우리 교육, 장점 키워주기보다 약점 보충하는 학습 몰두…바람직 안해”
 
교육장애를 앓고 있던 자식의 진로찾기에 올인하던 중 자연스럽게 장애아동부터 영재아동까지 전방위 교육학을 전공한 석 소장은 기질과 취향, 교육환경, 경제력, 부모의 직업, 잠재능력 등을 모두 반영한 ‘푸른나무 진로적성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는 학력보다 꿈과 포부를 축으로 한 자기주도교육문화를 아쉬워하고 있다.
 
 
부모와 아이의 욕망이 같을 확률은. 모르긴 해도 ‘제로’일 것이다. 진로를 놓고 자식과 불화를 일으키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자신도 모르게 교육상담전문가가 된 경우가 적잖다.
 
석인수 푸른나무 나이테 진로적성연구소장(51). 그의 아들은 우여곡절 끝에 가톨릭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고 딸은 홍익대 미대를 들어갔다. 진로를 찾는 과정에 부자는 여러 차례 충돌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국 대학 때 전공을 버리고 석 소장은 진로적성 컨설팅 전문가로 우뚝 섰고 그의 상담기법이 서울까지 진출했다.
 
천재성 발휘할 사춘기에 고른 성적 요구, 수요자 뒷전 공급자 중심 ‘행정편의적’
사회에서 낙오자나 패배자 되는 건 대학보다는 꿈과 포부에 의해 결정된다

특허까지 낸 나이테 적성분석기법은 재능은 물론 무의식적 동기도 고려
자폐아 아들 컴퓨터공학과 보내고 수재 딸은 적성대로 미술학과로 진학
 
석 소장은 국민학교 때 국민교육헌장의 첫 대목에 나오는 ‘역사적 사명’에 필이 꽂혔다. 박정희 대통령처럼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관심사는 자꾸 바뀌었다. 대구로 와서 맛있는 호떡을 맛보는 순간 한국에서 가장 호떡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때 국산 라디오 일본 수출 뉴스를 듣곤 부국강병에 도움을 주는 무역상이 되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머루와인을 수출하려고 했다. 그래서 경북대 미생물학과에 들어간다. 선교활동차 필리핀에 갔는데 그 과정에 아들이 자폐증을 앓게 된다.

귀국 후 자폐증 연구에 올인한다. 한의사인 아내와 2년간 자폐증을 위한 지압비디오를 제작해 전국 복지관에 무료로 나눠주었다. 당시 아들은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평생 자기 아이가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한다. 아들이 10세 때까지 헌신한다. 하지만 아들과 달리 영재였던 딸은 자신한테 관심이 없는 부모 때문에 더욱 ‘고독한 수재’로 변한다. 그걸 본 석 소장은 그제야 딸을 위해 올인한다.

딸의 성적은 탁월했다. 하지만 공부에 만족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중학교 때는 인형 옷 입히기 놀이에 푹 빠져있었다. 석 소장은 딸에게 고교선행학습을 강요했지만 딸은 거부하고 봉제학원에 들어가버린다. 사실 딸이 한의사가 되어 아내의 한의원을 전수했으면 싶었다. 적성검사 결과, 딸은 의사가 되면 불행해질 타입이었다. 아들은 수학과 통계에 능했다. 그것에 맞는 게 결국 컴퓨터라는 걸 알아내곤 초등 5학년 때부터 컴퓨터학원에 보낸다. 결국 그의 분석대로 아들은 컴퓨터공학도가 된다. 딸은 한때 부산의 모 기숙형 자사고에 톱으로 입학했지만 자기 적성 때문에 경북예고로 왔다가 홍익대 미술학과에 입학한다.

아들 때문에 대구대 특수교육대학원, 딸 때문에 계명대 영재교육대학원에 들어가 석사학위를 받고 나중에 특수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학부에서는 생명공학, 대학원에서는 특수교육학과 영재교육학을 전공했다. 문·이과 교차연구와 장애아동부터 영재아동까지 전방위교육학을 섭렵했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팔각정 구조의 ‘푸른나무 진로적성프로그램(Purunnamu Octagonal Chain: POC)이다. 그의 연구기법은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기초한 것이다. 한 인격체가 한 방면에는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평범한 진리에 밑줄을 긋는다. 현재 전국 40여명의 한의사가 석 소장의 체질에 따른 진로적성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들(가톨릭대)과 딸(홍익대)의 캠퍼스 중간지점인 신도림역에 서울점을 개소한다.

그는 “미성년자가 스스로 진로를 찾는다는 건 정말 알기도 어렵고 남이 그걸 찾아주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고 고백한다. “상담을 잘못하면 자칫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기 적성을 아는 학생이 30%도 채 안 되고 평생 다섯 번 이상 이직한다”고 지적했다.

▲적성이란 무엇인가.

“적성의 사전적 의미는 ‘나와 궁합이 맞다’이다. 진로적성은 성격·기호·체질과 궁합이 맞는 직업을 선택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선천적 적성이 있는가 하면 후천적 적성도 있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타고난 적성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양에서는 사주팔자, 역학, 관상학 등과 같은 인간의 운명적 관점, 고대 중국에서는 인간의 지문을 연구해서 타고난 적성을 찾고자 했다. 동양의 적성분석기법은 후천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서양에서는 가문을 타고 내려오는 유전적 요인에서 찾고자 하였다. 서양의 적성분석은 군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인사관리를 통해서 전투력을 배가할 목적이었다. 당연히 내담자의 현재 능력과 재능 위주의 적성분석이다. 선천적 재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 학부모와 교사, 교육 당국이 갖고 있는 잘못된 적성관은 뭔가.

“우리나라 학부모·교사·교육당국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적성관은 아예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일단 공부를 상위권에 올려놓고 보자는 것이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화이트가 되고 실패하면 블루로 가야 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굳어 있다. 즉, 순서가 바뀐 것이다. 선공부 후적성이다. 일단 공부를 잘해야 의사가 되든 교사가 되든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즉, 공부를 잘해야 적성에 맞는 직업군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승자독식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다. 공부를 못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먼저 선택을 하고 남은 비인기학과에 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영원한 인기학과는 안정된 직장이 보장된 의사와 초등교사다. 전교 5등 내외를 제외하면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게임이다.”

▲학생을 만능박사로 죽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은 전 과목을 골고루 잘하기를 바란다. 사교육시장마저 장점을 키워주기보다 약점을 보충하는 학습에만 몰두한다. 난 이 점이 가슴 아프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되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적 교육만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흔히 영재성은 취학 전에 싹이 나고, 천재성은 사춘기에 꽃이 핀다고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 과제 집착력을 보여야 천재성을 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갈수록 대학간판이 무력해지는 것 같다.

“냉정히 살펴보면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잘한 학생과 대학에 와서 공부를 잘한 학생 중 어느 쪽이 사회에 나가서 성공할 확률이 높던가. 당연히 대학에 와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다. 대학에서는 학문의 폭이 좁아진다. 한 분야만 공부한다. 그때 그 학문이 자신과 적성이 잘 맞는 학생이 자연히 공부를 즐거워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는 간판이라는 오래된 선입견이 있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무너지고 이젠 능력이다. 대학을 졸업했을 때 내가 가진 능력이 얼마만큼인가를 보여주어야 인사관리자의 선택을 받는다. 대학간판은 더 이상 힘이 없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학과,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 대학에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취업도 하고 성공도 할 수 있다.”

▲꼴찌도 수재에게 없는 능력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린 그걸 보려 하지 않는다.

“공부에만 올인해서 전교 등수를 다툴 수재라면 공부해서 성공해도 된다.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도 모두 공부에만 올인한다는 것이다. 독하게 말하면 패배할 줄 알면서도 칼을 들고 전장으로 나가는 군인 같다. 독일은 초등 4학년만 되면 대학에 갈 학생과 취업할 학생을 구분한다. ‘공부가 싫어요’ ‘공부가 어려워요’를 외치는 아이들조차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재촉하는 것은 ‘학대’다. 그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공부가 아니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그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것을 하게 해라. 그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선점한 것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도록 허락받은 아이들은 공부하기 시작한다. 시키지 않아도 한다. 선적성, 후공부의 묘리다.”

▲그런데 상당수 분석기법이 현실감이 없는 것 같다.

“현재 한국에서는 중국의 지문적성검사가 들어와서 유치원생부터 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서양의 다중지능검사 역시 유치원부터 보급되어 있다. 가령, 지문적성검사는 한 인격체의 타고난 인격적 성향은 비교적 통계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검사로 한 인격체의 직업적성까지 뽑겠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고 무모한 발상이다. 한 예로 나는 지문적성검사가 설정해주는 적성기법이 정확히 맞았다. 그러나 우리 아들과 딸은 적성과 전혀 맞지 않았다. 다중지능검사 역시 한 인격체의 강점과 약점 정도는 흐릿하나마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강점과 약점마저도 나이를 더 먹으면 또 달라지기 일쑤다.”

▲좀 더 쉽게 설명해달라. 어떻게 보면 누가 상담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것 같다.

“기존의 컴퓨터통계처리방식의 진로설정은 정량적분석만 가능할 뿐 한 개인이 문항마다 응답한 자료를 정성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현재 중·고교에서는 한두 가지 적성분석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돕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학생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량분석프로그램은 택배 배달 기준 전국 8도 분류까지는 가능하지만 면·동·이(里), 나아가 지번까지 배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진로적성은 어떤 검사 도구를 사용했느냐보다 누가 검사를 해석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허를 낸 나이테 적성분석기법은 뭔가.

“나무의 일생을 알려면 나이테를 보아야 하듯 한 인격체를 제대로 알려면 그 인격체의 살아온 삶, 환경 등을 생태학적으로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적성분석은 겉으로 드러나는 그 인격체의 취미·흥미·관심·재능으로만 분석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도 보아야 하고 무의식적 동기도 참고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서는 사람에 대해 분석한 기존의 모든 적성분석기법을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수렴하고자 하였다. 각 검사 간의 역학을 심층연구하였다. 즉, 분석도구 간의 상관관계를 점수·코드화하였다. 그래서 메인검사도구 8개를 묶는 ‘팔각정구조’의 체인을 연결하였고 그 아래에 보조기법으로 4가지 서브체인을 연결, 실제적으로 12가지 검사를 하는 것이다. 대개 어린아이의 경우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유사한 검사를 추가로 더하여 검사응답의 일치도를 통해 신뢰도 평가를 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자폐 아들 때문에 정상분포곡선에서 하위 2%, 영재 딸 덕분에 상위 2%의 사고관도 공부했다. 내 학부전공이 생명공학을 다루는 이과였지만 대학원에서 특수교육과 영재교육이라는 문과공부를 하였다. 그래서 문·이과를 아우르게 되었다.”

▲일본에는 백정이 가업으로 전승될 수 있지만 우린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천직을 찾아주는 교육혁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모든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는 없다. 모든 학생이 일류대학에 입학할 수도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내 대기업 CEO 중에 소위 일류대학 출신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동창회에서 통 큰 결제로 과시하는 친구들은 학창시절에 두각을 내지 않던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교육에서 앞서 가는 친구들이 사회에서도 앞서 가지는 못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성적을 받기만을 요구하고 있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거나 패배자가 되는 것은 좋은 대학에 합격하느냐의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꿈과 포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자식에게 부모세대가 경험한 땀의 결정체를 가업으로 물려줬으면 싶다. 내가 이 업을 하느라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자녀들은 편안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만 고치면 된다.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으면 내 자녀들이 더 많이 고생해서 세계를 경영하게 해야 되겠다는 의식전환만 있으면 이 민족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만약 자녀가 부모세대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때 적성검사를 해보면 될 것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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